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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기타의 오른손에 대한 명상 본문
*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외대 기타 동아리 '취현'의 기념 회지에 보낸 글. 내 대학 생활의 거의 절반은 이 동아리 활동에 바쳐졌다. 동아리 생활을 반추하는 글은 신파조로 흐르기 마련이라, 기타 혹은 기타 음악과 관련한 간단한 생각 한 가지를 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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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오른손에 대한 명상
뛰 어난 기타 연주자를 보면서 감탄할 때, 우리는 주로 지판 위의 왼손(물론 그가 왼손잡이라면 오른손이겠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모든 기타리스트를 오른손잡이로 가정하자)에 주목한다. ‘세상에, 손가락이 안 보여!’ 하는 식의 흔해빠진 찬사는 물론 지판 위의 ‘왼손가락’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실상 뛰어난 연주자가 지판 위에서 연출해내는 왼손가락의 시각적 효과는 압도적이다. 그것은 때로 마술사의 손놀림 같기도 하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좁고 길게 난 무대 위에서 행해지는 우아한 발레리나의 몸짓과도 같다. 그 황홀경 때문에 우리는 놓치는 것이다. 그의 예술적인 오른손놀림을.
아 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인 마눌님께서는 종종 “바이올린의 왼손은 테크닉을 보여주고 오른손은 음악성을 보여준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바이올린 연주에서 오른손 보잉이 흔히 생각되는 것보다는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지적이 좀 더 정확하게 적용되는 악기는 바이올린보다는 기타인 것 같다.
기 타의 지판이 이성이라면 울림통은 감성이다. 따라서, 기타의 왼손이 이성을 다룬다면 오른손은 감성을 다룬다. 기타의 지판에는 프렛이라 불리는 쇠가 박혀 있다. 줄감개 부분의 너트에서 몸체의 브리지까지 현의 거리를 평균율에 따라 정확한 비례로 눈금화한 것이 프렛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수학적이다. 우리는 지정된 프렛과 프렛 사이 어느 지점에서도 사실상의 동일한 음높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판위에서 기타의 음을 짚어낼 때 우리는 바이올린의 음을 짚어내는 것과 같은 음악적 감각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것과 다름없는 기계적인 손놀림을 전제한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지판 위 음들의 논리학이지 미학(감성학)이 아니다. 반면 오른손은 손끝으로건 손톱으로건 피크로건 기타 줄의 울림을 다스려야 한다. 이때 고려되는 것은 논리가 아니다. 오른손의 테크닉을 익힌다는 것은 그저 축적되는 체험의 과정일 뿐이다. 기타의 오른손은 근본적으로 퍼커션 주자의 손놀림과 같은 양상으로 완성되어 간다. ‘기타를 친다’라는 말은 ‘기타 연주’에 대한 피상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근원적 표현이다.
물 론 기타를 연주하는 데 오른손과 왼손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굳이 더 중요한 쪽을 말하라면 그것은 오른손이다. 만약 지판위의 손놀림이 울림통 쪽의 탄현보다 더 중요했다면 우리는 지금 모두 왼손잡이 자세로 기타를 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더 능숙한 손이 기타의 지판 대신 울림통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타라는 악기의, 나아가 음악이 갖는 이성에 대한 감성의 우위를 증명한다.
서 양의 클래식 음악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 나아가 감성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추구한 음악이다. 그래서 정통의 클래식 기타 연주에서 오른손은 신중하게 왼손의 논리에 순응한다. 하지만, 기타 음악은 근본적으로 육감적이며 감성적이다. 20세기 초반에 클래식 음악의 운명이 쇠락해갔을 때 기타 음악에 내밀어진 ‘구원의 손’은 오른쪽에 있었다. 스페니쉬 플라멩코나 유럽 집시의 음악, 그리고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20세기 기타 음악은 근본적으로 왼손이 오른손의 움직임에 순응한다. 리듬이 선율과 화성을 리드하며 감각이 논리를 앞선다. 가령, 오른손으로 기타 현을 거의 끊어낼 듯 쳐대는 선 하우스의 블루스 기타 연주는 오른손의 지배력을 되찾고자 하는 원초적 제스처로 보인다. 장고 라인하르트의 왼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 두 손가락의 천재적 운지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그의 오른손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거다.
개 인적으로 기타의 울림이 오른손에서 비롯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같다. 자신의 기타에서 만족스러운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십중팔구는 왼손 탓이 아니라 오른손 탓이다. 전광석화 같은 스피디한 연주도 그대의 왼손 때문에 안 되는 게 아니라 그대의 오른손 때문에 안 되는 거다. 피크를 쥐고 연주하는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는 통기타를 가지고 피크로 연주하는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클래식 기타를 연주할 때보다 오히려 한층 더 오른손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피킹을 통한 기타 속주는 왼손의 운지가 오른손 피킹의 유려한 리듬 위에 올라탈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요 컨대, 바이올린 연주의 이른바 ‘귀명창’들이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왼손 운지만이 아니라 오른손의 보잉을 관찰하듯, 기타리스트의 오른손 놀림을 관찰할 수 있다면 당신도 가히 기타 연주의 ‘귀명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테크닉’이 아닌 ‘음악성’을 알아보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것은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논리보다는 체험으로 기타 음악을 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 기타의 오른손에 대한 명상|작성자 도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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